코로나 시국 이후 오랜만에 남포 교회 다녀왔다. 교회 다시 나간 이유는 주일성수 가스라이팅에 세뇌된 어머니 때문. 은퇴 이후 격주로 설교하는 박영선 목사 핑계로 격주만 가도 되서 그나마 시간 낭비가 적은 남포 교회를 다시 택했다.
박영선 목사님은 오늘날 참신앙의 본질을 전하는 몇 안되는 귀한 목회자로서 긴 말 필요 없는 개신교계 일타 강사. 내 신앙 역시 이 분 설교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목사님 말씀 중에 동의하지 않는 것도 있다. '일요일에 교회 빠지고 등산 가면 다리라도 다칠까봐 불안한 마음도 신앙의 관점에서 나름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엔, 한국 교회가 여지껏 이런 막연한 공포에나 기대어 내실을 키우지 못하고 정체되어 고이고 썩어 막장이 된 것이다. 공포 마케팅이 지금껏 교세 확장과 유지에 유용했을지 몰라도 신앙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더 이상 약발도 안 먹힌다. 이제는 종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 자체가 식었다.
오늘 오랜만에 갔더니 동의할 수 없는 (마치 애국보수교 같은) 말씀을 또 하셨다. 우리 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 제정신인 사람은 박정희 뿐이란다. 친일파 만주군 장교와 남로당 빨갱이 그리고 독재자까지 트리플 크라운에, 딸 같은 여대생 끼고 술판 벌이다 총 맞아 뒤진 다카키 마사오가 도대체 어딜 봐서 온전한가. 공과를 함께 보자? 이런 말이 유효한 경우는 따로 있다.
박정희 언급은 최근 재점화된 탄핵 정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은연중 드러낸 것으로 보이는데, 예수의 가르침을 전하는 분께서 윤석열 탄핵에 앞장 서지는 못할망정 불편을 느끼는 것이 맞나? 윤석열 패거리가 1029 참사 때 한 짓을 생각하면…
그 아인슈타인 조차 나이 먹고 뻘소리 많이 했다던데, 박영선 목사님도 어쩔 수 없나? 피터 드러커 말마따나 세상에 단점 없이 장점만 있는 사람은 없다지만, 목사님을 향한 존경 만큼 안타까움도 크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참으로 허무하다. 삶의 덧없음을 느낄 때 마다, 영생을 향한 소망이 더욱 간절해 지는 한편, 육의 부활이 가지는 의미는 더욱 아리송하다.
원로 목사님의 역사관을 바로잡기는 어렵겠지만, 설교 말씀에 괜한 사족을 붙이지는 않으시면 좋겠다. 목사들 망언 망동 때문에 교회가 욕 먹는 경우가 많은데, 박영선 목사님까지 망언 목사 대열에 합류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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