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인재

C, D급 인재는 자연 도태될 가능성이 높아 조직이 왠만큼 허술하지 않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장 위험한 부류는 A급 처럼 보이는 폐급 관종형 무능력자. 이런 작자는 한 둘 만 있어도 조직 전체를 파괴한다.

가장 무난한 타입은 B급. 이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존재이며, 여러 회사가 가장 선호하는 부류. 그런데 스티브 잡스는 A급 인재는 A급을 뽑지만 B급 인재는 B급 이하만 데려온다며 이들을 경계했다.

B급 인재라고 그저 대충 엉터리로 일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B급 인재 할 때 B는 B급 영화의 B가 아니다. A학점 B학점 할 때 그 B. 그러니까 상타는 아니라도 평타는 친다.

말하자면 B급 인재는 전형적인 월급쟁이. 경영자와 월급쟁이 차이는 구조적 문제를 대하는 시야와 자세에 달려있다. 경영자는 일 자체의 의미나 경중을 먼저 따지고, 월급쟁이는 본인의 권한과 의무를 먼저 고려한다.


B급 인재는 변화를 꺼리고 대세를 따르며 소속감에 집착한다. S 또는 A급 인재들 틈에 B급 몇몇이 섞여있는 상황은 괜찮다. 이런 상황에서 B급 인재는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고 성장하려고 노력할 가능성이 높다.

B급 인재만 모이면 좋게 말하면 서로 똘똘 뭉쳐 친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우물안 개구리 고인물 되기 쉽다. 이들은 나름 성과를 내지만 그들 평균에 벗어나는 특이한 존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힘을 모아 배척한다.

특급 인재의 튀는 언행은 경영진에게는 위협으로 직원에게는 유난으로 느껴진다. 특급 인재 입장에서는 아무리 알아듣게 말해줘도 못 알아먹고 자기도 나름 생각이 있다며 자기 말만 반복하는 사람들이 답답할테고.

B급 인재만 모여 있으면, 자신이 B급 이하로 일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하지만 회사가 A급이 아닌 사실은 알고 이를 불평하며 탈출을 꿈꾼다. 그러면 회사 나가면 A급 인재가 될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C, D급 인재는 본인이 B급 이상, B급 인재는 A급, A급은 S급으로 착각 한다. S급은 스스로 신이라도 된 줄 알거나 아니면 오히려 더 겸손해진다.

신의 보좌에 오른 S급 다음으로 착각이 큰 자는 B급. 각 등급 중 B와 A의 간극이 가장 크기 때문. 보이는 격차는 C,D와 B가 가장 크지만, 넘어서는데 필요한 노력은 B와 A의 격차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반에서 30등 하던 아이가 열심히 하면 20등 하고 좀 더 하면 10등 안에도 드는데, 2등이 1등 뺏는건 죽도록 힘든 것과 같다. 2등이 1등 밀어 죽인 공포 썰은 있어도, 20등이 10등 죽인 이야기는 없다.

이러한 착각도 자유지만 자유에는 대가가 따른다. 가장 흔한 대가는 억울함일 것이다. 정당한 인정과 대우를 받지 못한다거나 무시당한다는 억울함. 이러한 억울함에 가장 예민한 부류 역시 주로 B급.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