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외주 개발 용역 사업은 날품팔이

SW 개발 현장에서 일정 계획 따위 어차피 의미 없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하는게 애자일. 반면 SI 외주 개발 현장에서는 WBS 일정 계획이야 말로 목숨 걸고 지켜야 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이러한 관점에서 비슷한 말 같은 Product Owner, Project Manager 의미 차이도 실은 제법 크다.

SI 외주 개발 용역은 당장 돈은 되는데 확장성 제로.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인건비 따먹기. 미래 투자 따위 당연히 사치. 모두 소프트웨어를 다루지만 SW 사업과 SI 사업은 야구공으로 강속구 던지는 것과 저글링을 하는 것 만큼 지향점이 다르다. SW 사업의 목표는 SW 배포 극대화이고, SI 사업의 목표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건강한 조직은 문제의 징후를 재빨리 감지하고 예방한다. 부실한 조직은 왠만한 문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문제 징후 보고하면 귀담아 듣기는 커녕 쓸데없는 걱정이라며 나무란다. 그러다 곪아 터지면 그제서야 가까스로 수습한다. SI 현장은 후자의 전형적 사례. SI 프로젝트 관리자 핵심 역량은 위기 징후에 둔감한 무던함과 문제 터지면 대충 수습하는 능글맞음.

고객에게 문제를 알리지 말라

경험자는 알겠지만, SI 개발 현장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가 바로 '계약'. 원래 계약서란 계약 관계에 문제가 없으면 꺼내볼 일 없이 서랍 속에 잠드는 문서. 계약이라는 말을 수시로 꺼내는 것 자체가 늘상 문제가 있다는 반증. 팔 준비가 안된 것을 팔고 어떻게든 문제 없이 수습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결국 싸게 팔거나 뻥을 친다.

SI 사업도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체 SW 사업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으니 쪽박 찰 수도 있는데, SI 사업은 일단 수주하면 당장 돈은 들어온다. 확장성 없는 단발성 거래도 일정 넉넉하고 금액만 크다면 나쁠 것도 없다. 그런데 SI 프로젝트 대부분은 일정도 촉박하고 금액도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경험자라면 대부분 알 것이다.

남의 돈 버는게 쉽지 않다고들 하는데, 실은 돈은 쉽게 벌어야 한다. 일확천금 쫒자는게 아니다. 돈 버는 로직이 단순하고 우아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이러한 수익 모델을 구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하듯, 수익 모델이 빈약하고 번잡하면 사람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SI 사업 수행하려면 이러한 문제와 스트레스에 둔감해야 한다.

오늘만 대충 수습하자

의사가 암 초기 진단을 내리면 십중팔구 아직 말기가 아니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길 것이다. 그런데 다른 분야 실무 현장에서는 예상되는 문제를 경고하는 전문가를 불평분자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SI 업계 종사자들이 그러하다. 고객사 갑님 말씀 제외한 다른 사람 말을 주의 깊게 듣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건 이러 이러한 이유로 더 이상 진행이 어렵습니다' 말해주면 '아 예.' 대답해 놓고 몇 일 지나면 그 일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묻는다. 물론 어딜 가나 이런 경우는 있지만 이 분야는 특히 그렇다. 허다한 문제들에 둔감한 것이 습관이 되어 문제 상황 확인 점검을 소홀히 한다.

그러고보면 SI 회사 치고 스스로 SI 회사라고 떳떳하게 밝히지 않는 경우도 많다. 자기네는 단지 SI 회사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회사란다. 비록 지금은 SI 용역 일을 하지만 언젠가는 자체 사업 할 거란다. 물론 이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말의 진위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이미 뚜렷한 목표가 있는 상황에서, SI 하는 목적이 단지 팀을 유지하기 위한 '시간을' 버는 것이라면 이 말은 진실일 수도 있다. 그런데 SI 하는 목적이 언젠가 있을지 모르는 막연한 기회 따위를 노리는 것이라면 아마도 자기네가 SI 회사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희망 사항일 뿐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 번에 여러 SI 프로젝트 돌리고 있다면 빼박.

나는 본 적이 없지만, SI 하다가 기회 발견하여 도약한 회사 사례도 아주 없지는 않다고는 하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극히 드문 결과론적 이야기고, 기왕 SI 할거면 대기업이나 공기업 1차 벤더 되어 안정적으로 먹고살 것을 목표로 삼는 편이 차라리 낫다. 괜히 헛된 꿈이나 들먹이는 것은 자기 기만일 뿐이다.

초기 자본 모으기 위해 SI 할 수 있지 않냐고? 그런데 이러한 경우라도 결국에는 SI 단호하게 접고 새롭게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개인이 프리로 뛴 것이 아니라면 조직 구성원도 대부분 물갈이해야 할 것이다. 거듭 말했듯이 SI 용역과 자체 사업은 실은 완전히 다른 영역의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성공한 사례는 목격한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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