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신사업이라 부르는 일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누자면 첫 째는 말 그대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고, 둘 째는 기존 사업 모델을 도입 또는 확장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가 말 그대로 신사업이며, 기존에 영위하던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새로운 고객층 또는 카테고리를 공략하거나, 기존 시장에 후발 주자로 진입하는 후자의 경우는 엄밀히 말해 사세 확장에 해당한다.
그런데 확장이 말이 확장이지 사실상 사업을 새로 하는 것 만큼 변수가 많다. 여기서 되던 것이 저기서는 안되고, 또 어떤 것은 아예 법규정 단계에서 막히고, 남들은 하던 일이라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일이다. 그러니 말이 확장이지 사실상 신사업 느낌. 하지만 신사업과 사세 확장은 분명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 문제가 아니라 말 그대로 다르다. 각 기업은 상황과 여건에 따라 적합한 방식을 택하면 된다.
사세 확장을 위한 가장 빠르고 그나마 확실한 방법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해서 성과를 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뽑아 그들의 성공 경험을 반복하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을 처음부터 새로 만드는 신사업은 다르다. 신사업의 첫 단계는 가설 검증. 가설 검증이 완료되기 전 까지 본격적인 채용은 절대 금물. 사람을 뽑더라도 가설 검증을 위한 최소 인원만 충원해야 한다.
신사업 조직 수장이 조직도부터 그리고 있다면 그 사업은 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대기업 종사자 대부분이 이러한 방식에 익숙하다. 먼저 조직 전체 목표를 설정하고 예산을 받아 인력을 충원하고, 직원들은 하달된 개인 목표 달성과 각자 커리어 성과를 위해 달린다. 나무가 아닌 숲을, 그러니까 단지 자기 일이 아닌 사업 전체를 보며 일하는 직원은 극히 드물다. 이러한 주인 의식은 매우 바람직한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시야와 통찰력을 가진 인원이 드물기도 하거니와, 심지어 이러한 역량은 현장에서 딱히 환영받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개중 똑똑한 직원은 어떻게든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든다. 나름 자아 실현을 하려는 것이다. 오직 극소수 별종만이 객관적 관점에서 나무가 아닌 숲을 본다. 진정한 주인 의식이란 이처럼 주인이 아닌 자가 주인이 마땅히 가져야할 관점을 가지는 것에서 비롯한다. 그저 열심히 충성 충성 하는 것을 주인 의식으로 착각하는데, 실은 이건 주인보다 가신에 가깝다. 그런데 주인이 주인답지 못하면 주인 의식 가진 별종은 결국 선을 넘는 문제아가 되고 만다. 말 그대로 주객 전도니까.
가장 작게 시작하여 상황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탑다운보다 바텀업 방식으로 차근차근 쌓아 올려야 한다. 먼저 큰 그림을 그리고, 계획한 모든 세부 사항을 빠짐없이 체워나가려는 사고 방식은 신규 사업 성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이러한 실수를 자주 범하는 이유는, 대부분이 이러한 업무 방식에 익숙하기도 하거니와, 이것이 인간 두뇌 사고 과정과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본능적으로 틈만 나면 눕고 싶고 움직이는 것이 너무 귀찮지만 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나면 어지간한 스트레스는 날아간다. 음식이 있으면 끝없이 먹고 싶고 단 것은 더욱 그렇지만 실은 식욕을 참을 수록 건강해진다. 척박한 선사 시대를 살아야 했던 인류의 처절한 자연 선택과 유전이 낳은 아이러니. 다이어트와 마찬 신사업이든 사세 확장이든 신규 사업을 성공시키려면 인간 본성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훈련하면 충분히 익숙해진다. 하지만 도대체 이러한 훈련이 왜 필요하냐며 자기는 이미 전문가라며 뻗대면 평생 배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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