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이 통하지 않는 이유

온라인에서 조언 따위 집어치우라는 일갈을 종종 본다. 기성 세대의 오지랖 문화에 대한 반작용인 듯. 그런데 나는 조언을 가치있게 여긴다. 조언 따위 필요 없다는 태도는 충고를 남발하는 오지랖 못지 않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어떤 결정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면, 사실 조언 들어서 손해날건 없다. 당장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하다못해 나중에 떠올리며 후회라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조언이 당장 도움이 되는 경우가 드물기는 하다. 그 이유는 대략 세 가지.

첫째, 가치 없는 조언인 경우. 당사자가 가장 많이 고민한다. 깜도 안되는 사람이 무심코 던진 말은 헛소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헛소리 조차 들어서 손해날 것은 없다. 듣고 흘리면 그만. (굳이 헛소리를 해서 좋을 것도 없다.)

둘째, 듣는 사람이 들을 준비가 안 된 경우. 마음 속에 이미 답을 정해놓고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는 중이거나, 누군가의 조언을 들을만한 적절한 지식, 경험, 성품 따위를 아직 갖추지 못한 상태라면, 어떤 말도 잘 먹혀들지 않는다.


셋째, 상대방의 입장과 상황에 부합하는 적절한 조언을 하는 것 자체가 원래 힘든 일이다. 조언이란 대게 상대의 문제를 나의 지식과 경험에 비추어 해설하는 것인데, 서로의 차이 때문에 듣는 입장에서는 와닿지 않을 수 있다.

무엇(what)을 하라 또는 하지 말라 같은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이런 조언은 위의 이유 때문에 유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효과적인 조언을 하려면 어떻게(how)와 왜(why)를 알려줘야 한다. 이런 조언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어떻게를 알려주지 않는 조언은 재수없는 잘난체가 될 수 있다. '이 경우는 정답이 없고 방법은 어떻게든 스스로 찾아야 한다' 같은 조언도 어떻게에 대한 설명일 수 있다. 답을 알면서도 귀찮아서 얼버무리는 경우가 아니라면.

왜 해야 하는지 또는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자세하고 다양하게 설명해야 아직 같은 경지에 이르지 못한 사람도 납득할 수 있다. 이유를 잘 설명하려면 실력과 경험과 통찰이 필요하다. 상대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말할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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