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의 고민

30대 후반쯤 되니 주변 사람들이 사내 정치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대리 때 까지는 그저 자기 일만 열심히 하면 됬는데, 어느덧 어느 줄을 잡을 지 고민할 때가 다가온다. 좀 빠른 경우 벌써 사내 정치의 끝자락에 휘말려 신변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윗사람들 보니 실력 있는 사람은 드물고 처세 잘 하는 사람만 득실득실하다면 참으로 씁쓸.

주변 사람들 고민은 대부분 어느 줄을 잡을까 보다는 내가 처세 따위나 하려고 죽어라 공부해서 대학 나오고 취직했나 자괴감 들고 괴롭다는 것. 처세에 능한 윗사람에게 줄을 대고 싶지도 저런 사람처럼 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이직을 하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고, 에이썅 확 때려칠까 생각도 해보지만 섣부른 창업은 백에 아흔아홉은 망한다.

남의 눈치 안 보고 내가 일 한 만큼 인정받고 싶다는 어찌보면 당연하고 소박한 지인들의 바램은 현실적으로는 매우 이루기 어렵다. 전문직 또는 기술직은 비교적 능력 만큼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러한 직업을 가지려면 그에 걸맞는 특수한 기술이나 자격을 갖춰야 한다. 대체 가능성이 낮은 인재가 되려면 그 만큼 검증되고 차별화된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전문직 종사자 조차 앓는 소리 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직이라도 그저 기능만 인정받을 뿐 전문가로서 경험과 통찰 따위를 인정 받는 경우는 드물다. 전문직 종사자 조차 자기 의견을 소신있게 피력하지 못하고 눈치보는 경우가 많다. 결국 연차가 쌓일 수록 오히려 전문성은 퇴보하고 처세가 중요해지는 경우도 있다. 왜일까? 원인은 경제 구조적 문제에 있다.

한국 경제 구조는 여전히 박정희식 정부 주도의 재벌 독과점 체제. 독과점 체제이니 혁신할 필요가 없고, 혁신할 필요가 없으니 실력보다 연줄이 중요하다. 어차피 실력은 거기서 거기라면 갑은 을에게 거래를 '주는' 입장이 되고, 굳이 너 아니어도 거래를 '받으려는' 자는 많다. 그래도 창업주는 혁신을 했지만 재벌 3세에게 그 만한 기업가 정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회 전체가 정부,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순으로 늘어선 것 처럼 개인의 관계도 수직적으로 형성된다. 세상에 일 다운 일이 드물고 그놈의 사회 생활이 엿같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딱히 실력이 중요한 상황도 아닐 뿐더러 어차피 실력은 거기서 거기라면 결국 처세가 중요해진다. 온갖 부조리를 감수하고 하잘것 없는 일이라도 하겠다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굳이 사회 구조적 문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원래 세상에 공짜는 없고 남의 돈 버는게 쉽지가 않다. 어떤 사회에서도 성실하지 않은 개인과 혁신을 멈춘 기업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성공하려면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한다. 그런데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달라질 것 같지 않거나 혁신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우리는 구조적 문제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구조적 문제를 파악하더라도 사회를 단번에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건 아니잖아' 같은 문제 의식만으로 대안이 도출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난세일 수록 비전이 중요하다. 눈 앞이 오리무중이라면 저 멀리 북극성을 바라보고 나가야 한다. 어쩌면 우리가 고민이 많고 불안한 이유는 꿈이 크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비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인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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