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과 사업하면 안되는 이유

사업 특히 벤처 사업은 90% 이상이 망하므로, 어떤 사업이 망할 것이라 예측하는 데는 대단한 통찰력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여러 사업이 망하는 공통의 이유를 살펴보면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비슷한 성공은 드물지만 비슷한 실패는 많으니까.

여러 실패를 통해 도출된 가장 기본적인 교훈은 바로 가장 작게 시작하라는 것이다. 실패를 하더라도 작게 하면 피해가 적고, 실패를 통한 배움을 바탕으로 다른 시도를 할 수 있다. 10층에서 떨어지면 죽지만 2층에서 떨어지면 아플 뿐인 것 처럼.

그런데 교수님은 작은 시도 보다는 이른바 큰 그림을 그리는 사고 방식에 익숙하다. 전부 그렇진 않겠지만 일반적으로 그렇다. 교수님의 큰 그림은 좋은 페이퍼 소재일 수는 있으나 실제 구현 가능성은 희박한 경우가 많다.

물론 학자의 연구가 반드시 실현되어야만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연구 자체로 학술적 의미가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현실성 없는 아이디어는 가치가 없다고 간주된다. 실현이 되더라도 돈을 벌지 못하면 영속하기 어렵다.

이론에 해박한 공대 교수님이 기술 구현에 문외한일 수 있다. 사례 분석에 정통한 상대 교수님이 실전 경영에 잼병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보통 교수님이 현실 문제 해결에도 전문가일 것이라 간주하고, 스스로도 그렇게 믿는다.


그리고 교수님이 과업의 최종 책임을 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컨설턴트와 마찬가지로) 대안을 도출하는 역할은 하지만 실행을 직접 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습성 때문에 교수님은 일은 왕창 벌여 놓고 수습은 나몰라라 하는 경우가 많다.

교수님은 마음만 먹으면 비교적 쉽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공간, 사람 같은 자원을 거의 무료로 조달할 수 있다. 다만 수준은 높지 않다. 캠퍼스는 아늑하지만 접근성이 떨어진다. 학생들 수준이 현업 종사자보다 높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이런 애매한 풍족함 또한 교수님이 실패를 통해 배우는데 방해가 되곤 한다. 특히 학생의 미숙함은 교수님의 좋은 변명 거리. '내 계획은 훌륭했지만 학생들 실력과 책임감이 부족했다' 말해도 교수님께 반박할 사람이 없다. 적어도 학교 안에는.

교수님은 해당 분야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갖고 있다. 아쉬운 수준일 지언정 보유 자원도 넉넉하다. 이는 다른 초기 창업자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한 조건. 그런데 문제는 스스로를 햇병아리 예비 창업자로 인지하는 교수님은 드물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미숙함을 인정하고, 공자님 말씀처럼 아이에게도 배운다는 겸손한 자세로 임한다면, 교수님 만큼 유리한 위치에서 출발하는 창업자도 드물다. 하지만 처음부터 스스로의 역량을 과신한다면, 성공하기 가장 어려운 부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