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부도의 날 리뷰

최악의 경제 위기 상황이라는 소재와 인물 중심의 전개 방식은 빅쇼트와 비슷합니다. 빅쇼트의 주역은 모두 위기를 기회 삼아 막대한 수익을 거둔 투자가. 국가 부도의 날에도 이런 캐릭터가 있지만, 주역들 성격은 더 다양합니다.

매료매료 열매 능력자 최고 미녀 김혜수 누님이 유능하고 정의로운 공기업 실무자 역할로 전체적인 진행을 이끌고, 처참하게 무너지는 중산층 허준호는 관객의 감정 이입을 돕습니다. 이러한 인물들은 빅쇼트와 확실히 차별되는 지점.

빅쇼트가 서브프라임 사태를 바라보고 전달하려는 느낌이 한 마디로 'WTF(What The Fuck!)’ 이라면, 국가 부도의 날 보면 ‘와 ㅆㅂ’ 이런 울화가 치밀어 오르죠. 두 영화 모두 추천합니다. 둘 중 어느 것을 먼저 보셔도 상관 없어요.


한 가지 정말 아쉬운 점은, 김혜수와 허준호의 만남! 저는 이 장면을 한국 영화의 고질병인 ‘억지 신파’로 봅니다. 물론 슬픔을 유도한다고 무조건 신파라 말할 수는 없죠. 문제는 개연성이 부족하고 몰입을 방해하는 장면 연출이라는 점.

이 장면 때문에, 주차장에서 김혜수가 흘린 눈물은, 커리어 우먼의 공적 울분이 아닌 여인의 사적 슬픔이 되고 말죠. 만일 국가 부도의 날 엄청 흥행해서 감독판 재개봉한다면, 이 장면만 쏙 드러내 주실 것을 감독님께 요청하고 싶네요.

굳이 주역들 중 누군가 만나게 한다면, 유아인 허준호 만나게 하면 좋을 듯. 서로 어느 정도 거리가 있고 접점만 있는 설정으로. 이런 만남은 유아인의 내적 갈등을 드러낼 듯. IMF로 인한 사회 양극화를 상징하는 장면일 수도 있을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