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은 어려워

작년 8월 시작한 수영 어느덧 2년차. 작년에 겨울만 버티면 그래도 수영이 꽤 늘겠지 싶었는데 두 번째 겨울을 맞았다. 그런데 수영은 생각보다 어렵다. 현재 4대 영법 중 그나마 자연스럽게 하는 것은 접영 뿐. 이렇게 말하면 접영이 가장 어려운 것 아니냐 하시는데, 커리큘럼상 나중에 배울 뿐 딱히 더 어려운건 아닌 듯.

내가 손발 커서 수영 배우면 잘할 줄 알았는데, 문제는 몸이 물에 뜨지를 않는다. 그래서 몸을 수면에 띄워야 하는 자유형 배영이 너무 어렵다. 그나마 물 속으로 가라앉는건 남들보다 잘한다. 그래서 접영이 그나마 되는 듯. 접영은 사인 곡선처럼 웨이브 그리며 가라앉고 뜨기를 반복하는 방식이라.

엊그제 코치님께 이러한 고충을 말씀드리고 원인을 여쭤보니, 내가 타고난 맥주병 체형이라 앞으로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진단하셨다. 찾아보니 체지방 적고 근육량 많고 다리가 길면 물에 잘 안뜬단다. 현재 나는 이 조건 다 갖춘 상태. 게다가 원래도 유연성은 거의 장애 수준으로 떨어져서 이 또한 불리하게 작용한다. 게다가 종아리 근육 쥐도 잘 나고.

숏다리 마이클 펠프스

한 마디로 수영은 나와 맞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복싱 배운지 일년 전후로는 거울만 보이면 동작 연습을 했다. 특히 더킹. 팝핑 댄스 배울 때도 그랬다. 하다못해 최근 신교대 수료 이후 멈춰버린 라틴 댄스도. 그런데 수영은 그런 적이 없다. 시작한지 일년이 넘었지만 수영장은 여전히 가기 싫다. 하고 나면 뿌듯하긴 하지만.

그래도 수영복 입은 모습은 제법 봐줄만 한다. 조각 같은 몸매는 아니지만 군살 없이 관리 잘된 상태. 내 평생 지금이 가장 강한 육체를 가진 시기. 일이십대의 왕성한 혈기는 없고, 흰머리를 비롯해 노화의 징후가 완연하며, 부상이 생기면 회복도 더디지만, 그래도 과거의 나와 운동 시합을 한다면 지금의 내가 압도할 것이다.

그러고보니 지금이 정신 육체 모두 내 인생 최고조다. 최고조가 고작 그거냐면 할 말은 없다. 최고조가 고작 이 정도 뿐인 것도 맞으니까. 그런데 이 정도 수준 조차 오래 유지하기는 어렵겠지. 

이 나이쯤 되면 이제는 가능성 보다는 성과로 말해야 할텐데, 나는 지금껏 그릇을 키우는데 올인했지 무언가 담지는 못했다. 세상은 또다시 격변을 맞고 있다. 내가 섣부른 창업을 결심할 때와도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다. 나는 이제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하나. 이제는 질풍노도의 시기도 아닌데 여전히 막연하나, 그저 운명의 흐름에 몸을 맡길 따름. 아무튼 수영은 어렵다 ㅋ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