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진짜 행복을 살 수 없고 죽음을 피할 수도 없다. 돈의 힘은 허다한 문제를 덮는데 있다. 쉽게 말해서 왠만한 문제는 돈으로 때울 수 있다. 이 꼴 저 꼴 안 보고 살 수 있다.

돈의 위력은 특히 회사에서 실감할 수 있다. 돈을 충분히 벌고 있다면 왠만한 문제는 드러나지 않는다. 물론 속에서 곪을 수 있으니 꼭 좋은건 아니지만 적어도 당장은 멀쩡하다.

돈이 없으면 온갖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다. 이런 위기에 따르는 기회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명분이 생기는 것인데, 이를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궁지에 몰리면 멘탈 나가니까.

오로지 돈만 좇으면 큰 돈을 벌 수 없다지만, 기업이 생존하려면 일단 돈을 벌어야 한다. 기업에게 현금 흐름은 피와 같다. 아무리 뼈와 근육이 강건해도 피가 돌지 않으면 죽는다.

돈은 돌고 돌아 돈이라는 말처럼, 돈을 벌려면 돈을 가진 개인 또는 집단의 요구 부응하는 일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반드시 인류 공동체 공공선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마약 판매 살인 청부 같은 극단적인 예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네 일상에 돈지랄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또한 공공선에 부합하는 일에 반드시 금전 보상 따르는 것은 아니다. 가령 길거리에서 한 시간 동안 비닐 쓰레기 주웠다 치자. 이것은 분명 지구 생명 공동체를 위해 가치있는 작지만 숭고한 일이지만 금전적 보상을 받기는 어렵다. 정부에 소속된 환경미화원이 아니라면.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2006년 저서 ‘부의 미래'에 세상 가치 중에 금전으로 환산되지 않는 것이 절반 이상이며 이 비율은 점점 늘어날 것이라 적었다. 이 말이 맞다면, 지금의 화폐 기반 경제는 결국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돈의 분배 기준 자체를 대대적으로 수정하거나.

어쩌면 자본주의보다 탈봉건주의가 적절한 용어 아니었을까? 영주가 부를 독점하던 봉건주의 타파하고 개인 재산권을 인정하면서 시작된 것이 자본주의인데, '자본'주의라는 용어 때문에 돈이면 다 된다는 뜻으로 왜곡되어 봉건주의 못지 않은 모순을 낳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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