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나는 기본적으로 이준석 같은 부류의 인간을 신뢰하지 않는다. 똑똑하고 성실하지만 그릇이 작다. 무엇보다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만드는 언행에 거리낌이 없다. 나는 에고이스트를 좋아하지만, 나이 사십줄에 가까워서도 자기 지능과 언변을 (약자에게) 휘두르는데 있어 자기 안에 성찰의 브레이크를 장착하지 못했다면, 그 사람은 공인으로서 적합하지 않다.

이준석 같은 부류와 논쟁할 때 격동되어 개별 논리 하나 하나에 대응하면 말린다. 꼬리를 물고 논리 계속 들이댈 것이기 때문. 잔 펀치 계속 주고 받으면 피곤하다. 한 방에 보내야 한다. 허를 찌르는 리버샷으로 주저앉혀야 한다. 논리들이 출발하는 전제 자체가 틀렸다는 점을 차분히 상기하면 된다.

이들이 자주 범하는 오류는 성급한 일반화. 복잡계 영역에 가까운 사안을 단순화한 전제 위에 논리를 쌓는다. 이 기반 자체를 때리면 언뜻 정교해 보이는 논리들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물론 그래도 십중팔구 인정하지 않고 임기응변 궤변으로 우길텐데, 그러면 어린 아이 타이르듯 살며시 웃으며 고만하자 하면 된다 ㅋ

그러고 보면 이준석 승리 공식은 한결같다. 혐오 자극하는 갈라치기. 이번 기자 회견도 국민 정치 혐오 자극한 갈라치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본질은 저열한데 여기서 여러 말들 쏟아지게 만들어 본인에게 유리한 여론 조성하는 프레이밍 능력, 이것 하나 만큼은 만랩 인정. 그런데 이번 판은 이준석이 지는 판.

지금까지는 갈라치기로 얻은 세가 표로 직결되는 선거였지만, 이번에는 내부 권력 투쟁이니까. 그가 얻은 민심이 국짐 좆되게 할 수는 있어도 본인을 구원하기는 어렵다. 왜냐면 윤핵관이 이준석 찍어낸 명분은 따로 있으니까. 일반적으로 성접대 비리와 참신함이 등가 교환 되는 가치는 아니다. 의혹 완전히 털어내지 않는 한 이준석 승리는 요원하다.

윤석열 당선 일등공신인데 토사구팽 당해서 억울한건 알겠는데, 검찰 정권 비판 보수 담론 운운하는건 자가당착 코미디 아님? 지가 윤석열 대통령 만든 공신이라메. 굥이 나라 망칠 검찰 정권 될걸 알았으면 애초에 가담을 말던가. 백번 양보해서 몰랐다 쳐도 그럼 통렬한 반성이라도 하던가. 그래도 낚이는 사람 많은걸 보면, 원래도 없었지만 요즘 보수 워낙 싹이 말라 저런 자가 돋보이는 듯. 그렇지만 이번 투쟁 응원한다. 둘 다 좆되는 꿀잼 멸망전 각이니까 ㅋ

갈라치기 렉카질은 그러려니 하겠는데, 시종일관 일신 영달 위해 애쓸 뿐인 것을 보수 이념으로 포장하는 모습 너무 같잖음. 그래도 여의도 고인물에 비하면 참신하다는 평가도 제법 많다. 그렇다면 이준석 혹은 그 동류가 국짐 바꿀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기껏해야 삼성 따라한 시험 제도나 추가할 뿐. (이준석 본인도 전부 부숴버릴 것 처럼 기세등등 하면서도 끝내 국짐 안에 삐대려는 것 봐라.)

일화 하나 소개한다. 나는 정부 기술 개발 과제 수주 몇 번 해본 적이 있는데, 이게 여러모로 참 거지 같다. 안 받을 수 있으면 안 받는 것이 좋다. 과제 지원 방식도 짜증나지만, 지원 이후 최종 선정 절차 완료까지 최소 넉달이 걸린다. 그런데 시범적으로 이 과정이 한 달 이내로 축소되도록 제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된 적이 있다!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 환호했다. 

그런데 그렇게 시범 적용된 제도 개선은 다시 원복되고 말았다. 이 제도 개선의 핵심은 얼굴 마주보고 하던 대면 평가를 온라인 서면 평가로 바꾼 것이다. (그것도 코로나 훨씬 전에.) 이러한 전산 평가를 받자면 온라인 상에 올라온 평가 위원 질문에 대한 답변을 타자로 쳐야 하는데, 여전히 독수리 타법이신 교수님과 어르신들이 극구 반대했기 때문.

고인물 썩어가는 곳에 신선한 물 넣으면 정화 될까? 뭐 넣지 않는 것 보다야 낫겠지. 하지만 결국 신선한 물도 같이 썩기 마련. 사람은 여간해서 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람들이 모인 조직 또한 더할 나위 없다. 밥그릇이 송두리째 뒤집어 엎어지기 전까지 고인물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남의 밥그릇 함부로 걷어차는 행위 또한 어지간하면 삼가해야 한다. 시대 조류에 의해 엎어진다면 모를까, 밥그릇 걷어 차이면 당하는 쪽에서는 사생결단 저항을 하기 마련. 이준석이 윤핵관들에게 험지 출마 하라고 일갈한 것은 제 3자가 듣기는 옳은 말인지 모르겠으나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밥그릇 걷어차는 재수 없는 망언.

그러고보니 고인물 천지인 곳에서 그걸 바꿔보겠다고 젊은이들이 발버둥치는 경우가 흔한 곳 중에 나에게 익숙한 곳이 있다. 바로 한국 기성 교회. 말했듯이 고인물은 변하지 않는다. 젊은이들 열정만 헛되이 낭비될 뿐. 조직을 바꾸려면 일단 그 안으로 들어가라는 어르신들의 그럴싸한 조언은, 실은 젊은이들 써먹으려고 꼬시려는 수작에 불과하다.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