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티 논란의 근본 원인

영포티 논란의 이유에 대해 갑론을박 말들이 많은데, 내가 보기에 원인은 의외로 단순하다. 영포티 논란이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는 지금이 저성장 시대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십대 청춘이던 시절에도 부유한 사십대 선배는 있었고, 그들을 만나는 어린 여성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단 한 번도 선배의 구매력을 부러워하거나, 그런 선배 만나는 또래 여성을 탓한 기억이 없다.

돌이켜보면, 당시 나는 (돈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던 것일 수도 있지만) 무의식 중에 내가 저 나이 쯤 되면 당연히 저 정도 구매력은 갖출 것이라고 막연히 가정한 것 같다. 

그래서 돈은 많지만 늙은 선배보다 젊은 내가 꿀린다고 여겨본 적이 없고, 그럼에도 내 또래 누군가가 돈이 좋아 나이 많은 이성을 만난다면 그 또한 각자의 선택으로 존중했다. 주변에 이런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니 어차피 그들만의 리그라고 간주했고.

그런데 지금 이십대가 처한 상황은 다르다. 저성장 시대를 살아갈 이들은 그들이 사십대가 되었을 때 지금의 사십대가 가진 재력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이 있다. 이들 관점에서, 지금의 사십대는 시대 잘 타고나 꿀빠는 족속들로 보일 수 있다.

영포티 행태 중 가장 많은 조롱을 받는 것이 어린 이십대 이성에게 찝쩍데는 것인데, 이 또한 저성장 시대의 초상. 이 시대는 전보다 소위 말해 사회에서 자리를 잡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사십대 상당수가 결혼해 가정을 건사하지 못하고 싱글로 남아있다.

사십대 싱글이 이십대 이성을 원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결혼 압박 없는 연애를 원하기 떄문일 것이다. 같은 사십대나 삽십대 이성을 만나면 조만간 결혼이 전제로 깔리니까.

사회 분위기가 전보다 유연해진 것도 부차적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전에는 직장인은 정장이 기본이었는데, 이제 여의도 증권맨과 영업 사원을 제외하면 평소에 정장 입는 직장인이 드물다. 그래서 사십대도 케쥬얼 스타일을 지속할 수 있다.

평균 수명 증가와 저성장 기조가 맞물려 성인의 사회 진출 시기가 늦어진 측면도 있다. 이런 점에서 지금의 사십대가 어른스럽지 못한 것 같다는 이십대의 지적은 타당하다. 그런데 같은 잣대를 지금의 이십대에게 적용한다면 그들 역시 이전의 이십대보다 성인답지 못할 수도 있다.

저성장이 불가피한 시대의 조류라면 이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기회는 더 줄어들고 삶은 팍팍해지겠지만, 어르신들 말마따나 전보다 훨씬 풍요로운 것도 사실이다. 이전보다 재미있는 것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렇다면 대열에서 이탈할까 두려워 전전긍긍 하기보다 작지만 의미있는 경험들을 쌓아가며 호연지기를 품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큰 꿈을 꾸되 가장 작게 시작하는 스타트업 기업가 정신이 모두에게 유효한 때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세대를 막론하고 자기 객관화의 덕목이 중요해 보인다. 사십대는 스스로 자기가 이십대 못지 않다고 여질 지라도, 지금의 이십대는 결코 그렇게 봐주지 않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십대 역시 어른이 되어야 한다. 자기 불만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고 영포티 이준석 따위나 추종하면, 여엇한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땡깡쟁이 취급을 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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