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도 인간일 뿐이다

사람은 원활한 번식과 체제 유지 또는 자기 만족 따위를 이유로 세상을 왜곡하여 바라본다. 마치 인스타 사진 보정 필터 같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원본을 왜곡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부모의 사랑이다. 우리는 부모의 사랑을 굉장히 숭고한 것으로 신성시한다. 이러한 부모의 사랑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발휘되는 경우는 사실 그리 많지 않다. 

부모 또한 지극히 편협하고 자기 중심적인 인간일 뿐이다. 숭고한 사랑은 부모가 가지는 여러 성품 중 하나일 뿐이며, 이는 아주 극단적인 위기 상황이 아니면 여간해서 발휘되지 않는다.

일상적인 평시 상황에 발휘되는 부모의 특성은 인간이 보편적으로 가지는 편협한 이기심이다. 심지어 이러한 이기심은 자식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발현되어 일말의 죄책감 조차 없다.

특히 한국 부모의 이기심이 심하다. 자식 잘 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을 부모는 세상 어디에도 없겠지만, 자식의 입신양명을 자기 성공과 동일시하는 한국 부모의 극성은 지구상에 독보적이다.

부모 만큼 자식을 잘 아는 존재가 없다는 통념 또한 크나큰 착각. (특히 한국) 부모 만큼 자식을 모르는 사람이 드물다. 왜냐면 호기심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자식의 상태는 궁금하지 않다. 오직 이 사회가 정해 놓은 답을 충실히 따르는지 체점에만 관심있을 뿐. 이러니 사실상 남만도 못한 경우가 많다.

자녀 양육을 위해 부모는 큰 희생을 감수한다. 물론 자녀가 부모에게 이러한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자신을 세상에 낳아달라고 요구한 적은 없다. 부모는 어디까지나 본인들 선택으로 자녀를 가진다. 부모가 자녀를 가지는 이유가 무엇이던 간에 부모의 희생이 큰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이러한 희생에 자녀가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사회에서 미덕으로 권장한다.

만일 불의의 사고가 발생한다면 부모는 자식을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 평범한 일상 속에서 부모는 대부분 끔찍할 만큼 편협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며, 자식을 위한다는 명목과 주변 사람도 다 똑같다는 이유로 반성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

위에 적은 내용을 누군가는 무례한 신성 모독으로 여길지 모른다. 미안하지만 이것이 진실이다. 굳이 이러한 진실을 떠벌이고 다니면서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 필요는 없지만,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고자 한다면 불편한 진실을 있는 그대로 목도할 필요가 있다. 부족한 부모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동정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그들 역시 부족한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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