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관과 성향의 차이

나는 원칙, 가치관 같은 말을 자주 쓰는 성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원칙이나 가치관은 일상 속에서 자주 언급될 만큼 가볍거나 세세한 것이 아니다. 평소 원칙과 가치관 따위를 자주 들먹이는 것은, 실은 아직 명확한 삶의 원칙과 가치관을 찾지 못했거나, 아니면 쓸데없이 고지식하거나 고집스럽다는 증거일 수 있다.

근본적인 핵심 가치를 둘러싼 다른 주변 것들(기호, 성향, 규칙 등)은 원칙 또는 가치관과 구분지어 생각해야 한다. 주변부의 것들을 핵심이라 착각하는 것은 오히려 진짜 핵심에 도달하는 데에 방해가 된다. 그렇다면 가치관과 성향의 차이는 무엇일까? 칼로 무 자르듯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겠으나, 가치관 성향의 차이점에 대해 아래와 같이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보편 타당한 원칙과 가치관
  • 건전한 상식과 양심을 가진 자라면 누구나 별다른 이견 없이 옳다고 여기는 단순 명료한 가치로서 대의명분의 성격을 가짐. (예: 자연 보호, 생명 존중 등)
  • 그저 많은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따르는 관례나 관행과는 다름. 
  • 현실적으로 삶 가운데 일관되게 실천하기 어려우나, 그럼에도 스스로를 엄격히 단속하며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예외없이 지속적으로 실천할 때 비로소 진정한 권위와 설득력을 가짐.
  • 예외 없는 원칙은 없다는 말은, 가치와 가치가 부딪히는 경우를 다루기 위한 것이다. 원칙 없이 멋대로 하는 것과, 확고한 원칙을 가지되 상황에 따라 예외를 두는 것은 다르다. 매사 오로지 원칙대로 고지식하게 처리하는 것은, 그저 자기 편한대로 행동하는 것 보다는 훨씬 낫지만, 고귀한 미덕도 아니다.

규칙 또는 성향
  • 가치관에서 파생하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가지는 개인의 행동 양식 또는 호불호. (‘자연 보호'라는 가치관에서 파생할 수 있는 규칙과 성향의 예: 근검절약, 무소유, 인위적인 것을 지양, 일회용품 사용 금지 등)
  • 대의명분 성격이 강한 보편 타당한 가치관과 달리 호불호는 개인적인 기호에 더 가까우므로 반드시 일관되게 유지되어야 하는 것은 아님. 호불호는 살면서 변할 수 있으며 때로는 스스로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도 있음. 그런데 성향이 굳어져서 성품의 일부가 되면 바꾸기 쉽지 않음.
  • 호불호가 분명한 것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니지만, 소위 말하는 곤조(자기 성향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나 자존심)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음. (건전한 성향과 불필요한 집착은 어쩌면 종이 한 장 차이인지도. 스스로 이 차이를 구분하고 집착을 경계해야 보다 성숙한 성품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 성향과 기호가 스스로의 변화를 제한하고 편협함을 낳는 껍질이나 장벽이 되어서는 곤란. 오히려 변화와 성장의 시작점이자 다른 사람과의 발전적인 관계 형석을 돕는 중심축이어야 바람직. 

개인의 특수한 가치관
  • 개인이 가치관이라고 여기는 것 중에서 보편적 관점에서는 성향이나 선호에 더 가까운 것.
  • 보편적이지 않다고해서 반드시 타당하지 않거나 무가치한 것은 아니며, 고집을 그저 신주단지 모시듯 한다고 해서 그것이 어떤 신념이나 가치관으로 인정되는 것도 아님.
  • 보편 타당한 가치관과 달리 반드시 끊임없이 지속되어야 하는 것은 아님. 성향이나 선호와 마찬가지로 살면서 변할 수 있음.
  • 성향과 마찬가지로, 자기만의 가치관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자칫 합리적인 판단 기준을 잃어버리고,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행동을 한다거나, 아전인수 격의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음.

가치관 또는 원칙이란, 사고의 중심 또는 출발점이다. 중심이 확고하면 현혹될 가능성이 줄어든다. 자유롭게 세상과 만나다가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중심을 돌아보면 되니까. 확고한 기준과 중심은 마치 우주인의 생명줄과 같다.

우주인의 생명줄은 탐험을 위한 것이다. 외부의 것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로 적극적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확고한 가치관 또한 세상을 보다 넓게 보고 자유롭게 운행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아집의 울타리 안에만 머물며 그 밖의 것에 무지하거나 과민한 경우가 많다. 만일 당신의 모습이 이러하다면 한 번 쯤 스스로를 돌아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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