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야기 좀 합시다!

'나는 정치에 관심 없다'는 말을, '나는 쓸데 없는데 신경쓰지 않고 내 일만 잘하는 실속있는 사람이다.' 같은 뜻으로 착각하고 이런말 하면서 스스로 되게 쿨한 줄 아는 사람 은근 많다. 민주주의 사회는 말 그대로 국민이 주인인 정치 체제. 따라서 민주사회 구성원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면 이는 엄밀히 말하면 주인의 직무유기 또는 프리라이딩.

듣기에 그럴싸하지만 실은 완전히 틀린 말이 있다. 예를 들어 '대안 없는 비판은 하지 말라' 같은. 언뜻 맞는 말 같지만 실은 비판이 쌓여야 대안도 나온다. 그러니까 대안 없는 비판은 하지 말라는 말은 대안 도출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정치 이야기 그만하고 네 일이나 잘 해' 같은 말 또한 언뜻 들으면 맞는 말 같지만 실은 어폐가 있다.

타워펠리스 사는 소망 교회 신도 기도 제목이 '지금 이대로'라는 농담처럼, 만사 형통하면 정치에 관심 가질 필요 없다. 오히려 힘들고 어려울 수록 정치가 중요하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어떻게 안되는 사회 구조적 문제들이 있으니까. 사람들이 열패감 때문에 정치에 관심을 끊는다면, 그 사회의 운명은 고인 물과 같다. 썪는 일만 남은 것이다.

오히려 생업에 바쁠 수록 정치 이야기 수시로 주고받는 것이 좋다. 살기 바빠서 따로 공부할 시간은 없으니 평소 대화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이다. 연예인 가쉽이나 씹는 것 보다 훨씬 건설적. 물론 모든 사람이 정치에 대해 떠벌일 필요는 없다. 나보다 잘 아는 것 같은 사람이 떠들면 잠자코 들어보는 것도 좋다. 자고로 경청은 동서고금 최고의 미덕.

예의바른 사회에서 종교와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라는 말 도대체 누가 한거임? 아무리 찾아봐도 원전을 알 수 없다. 내 생각에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 종교 교리는 이성의 영역 밖에 있으므로 옳고 그름을 따지기 곤란한 경우가 있음. (사실 건전한 상식을 갖춘 신앙인이라면 종교 이야기를 주고 받는 데에도 크게 무리가 없기는 하다.)

그런데 정치는 이성적으로 충분히 논할 수 있는 사회 과학적 문제. 원래 많은 논의 끝에 발전하는 것이 바로 정치. 국민이 정치의 주인인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이 서로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 근데 현실적으로 합리적인 의사 소통 능력을 갖춘 사람은 드물고, 정치를 종교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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