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해적이 아니에요

스티브는 수백만 달러가 들어가는 매킨토시 공장 설립 책임자를 물색하다가 당시 휴렛패커드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여러 군데에서 믿을 만한 인재라고 소개해준 돈 빈센트(가명)을 채용했다. 하지만 정작 애플에 들어와 일을 시작해보니 그는 모험적인 사업가 스타일도 아닌데다가 다른 사람의 비판이나 모욕에 상처를 잘 받는 사람이었다. 그런 성격으로는 스티브 잡스 밑에서 버티기 힘들 것이었다.

일례로, 돈이 공장 로봇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한 회의에서 스티브는 돈이 소개하는 로봇들을 몹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스티브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다소 격양된 분위기를 보이며 로봇처럼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그치듯 물었다. "돈, 당신이 로봇이라면 어떤 색깔이었으면 좋겠어요?"

제조업 종사자 중에 로봇의 감정까지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은 사람은 이제껏 없었다. 다른 직원들 앞에서 말문이 막힌 그는 아주 난처해졌고 딱히 뭐라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 비난을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인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회의가 끝난 뒤 나는 스티브에게 말했다. "돈처럼 예민한 사람에게 말할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팀원들 앞에서 깔아뭉개는 식으로 말하면 안됩니다. 나를 공격하는건 괜찮아요. 나는 당신을 이해하고, 그런 표현도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돈은 그 일을 매우 개인적인 것으로 여겼어요. 돈을 만나서 사과하고 당신이 전달하려고 했던 점을 확실히 이해시켜요."

스티브가 돈을 만나기 전에 돈은 이미 사직서를 제출했다. 나는 그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했다. 스티브에게 돈 이야기를 하자 그는 "그는 해적이 아니에요"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다음 월요일에 직원들과 가진 회의에서 스티브는 내게 그 일 이야기를 꺼내도록 했다. 우리는 그 사건을 배울 것이 있는 실수로 다뤘다.

이는 의지가 강한 리더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교훈이다. 리더가 발끈 화를 냈을 때, 그 문제를 매듭짓지 않고 되는대로 놔둬서는 안된다. 그리고 또 다른 교훈을 설명하자면 이러하다. 우리는 채용 과정에서 공장을 설립하는 돈의 실무 능력에만 너무 몰두한 나머지 과연 그가 해적 선장을 다룰 수 있느냐는 중요한 요소를 놓치고 말았다. 돈의 이전 직장인 휴렛페커드는 어느 누구에게도 크게 비난을 가하지 않는 태평스러운 '휴렷페커드' 문화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서 스티브와 나는 모든 사람들이 해적 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걸 배웠다. 또한 모든 사람들이 스티브처럼 때로는 가혹하고 비판적인 리더에 적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 제이 엘리엇 <왜 따르는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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