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심사하시는 분들께

벤처 케피탈의 심사역처럼 스타트업을 심사하는 업을 영위하시거나, 본업과 상관없이 콘테스트나 정부 지원 사업에서 스타트업 대상으로 심사위원 역할을 하는 분들께 이 글을 드립니다.

자, 다들 바쁘신 분들일테니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벤처 창업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적어도 스타트업 창업에 있어서는, 당신이 심사하는 창업가보다 무조건 열등합니다!

아마도 당신은 업계 또는 학계에서 인정받는 뛰어난 분일 것입니다. 이름있는 학교를 나왔거나 명석한 두뇌를 가졌거나 좋은 경력을 가지셨겠죠. 하지만 당신에게 창업 경험이 없다면 스타트업 분야에 있어서 만큼은 당신은 당신 앞에 서 있는 어리숙해 보이는 스타트업 창업가보다 결코 우월하지 않습니다.

저는 직접 경험만을 신봉하지는 않습니다. 아니 누구보다 간접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편입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게는 없는 상상과 유추라는 독특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스타트업 창업 만큼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것들이 너어어어어무 많습니다. 상상과 유추만으로 도저히 읽어내기 어려운 행간이 존재합니다.

창업 경험이 없다면 창업가를 심사하는 업무를 맡지 않기를 권합니다. 창업 교육이나 멘토링도 되도록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특허, 홍보 등 특정 분야에 국한하는 교육이라면 하셔도 됩니다.) 당신 눈에는 당신에게 심사를 받는 창업가가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로 보일 지 모르겠으나, 창업가 눈에는 당신이 스타트업 물정 모르는 머저리로 보일 지 모릅니다.

부득이하게 심사를 하게된다면 당신의 심사 결과는 열에 아홉은 틀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창업 경험 유무를 떠나 누구든 마찬가지입니다. 구글 조차도 실리콘벨리 VC들에게 수십번 퇴짜를 먹었습니다. 세계에서 스타트업 심사를 가장 잘 한다는 그들 조차 수 없이 틀렸다는 것입니다. 하물며 당신이겠습니까.

또한 창업가에게 함부로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기 바랍니다. 심사 결과에 상관없이 충분한 피드백을 주는 것은 매우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심사를 하고 피드백을 줄 때 최대한 겸손한 마음을 가지셔야 합니다. 특히 창업 경험이 없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피심사자가 당신 앞에서 굽신거린다고 당신이 정말 대단한 존재라고 착각하면 곤란합니다.

당신은 당신의 심사평이 매우 날카롭고 참신해서 창업가에게 큰 도움이 되는 조언이라 여길지 모르겠으나, 당신의 심사를 받는 창업가는 그것에 대해 이미 수십번도 더 고민해 보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창업가는 당신은 도저히 생각해내지 못하는 것을 바라보고 도전하는 사람입니다. 어쩌면 당신 앞에 있는 별볼일 없어 보이는 창업가 중 한 사람이 언젠가 타임지 표지를 장식할만한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그러한 사람을 몰라본 안목 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요.

하다못해 정말 누가봐도 모자라거나 자기만의 망상에 빠져있는 창업가일 지라도, 적어도 그 사람은 창업을 위해 인생 전부를 걸었을 것입니다. 당신이 훌륭한 사람이라면, 인생 전부를 걸고 나온 사람을 함부로 모독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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