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 외주 개발 업계가 열악한 근본적인 이유

열악한 IT 외주 용역 환경은 열악한 한국 IT 업계의 현실을 관통하는 민감하고 뿌리 깊은 주제. 많은 개발자들이 고충을 호소하지만 좀처럼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개발자의 고충은 그나마 알려진 반면 개발사의 고충은 그닥 알려져있지 않다는 점이 아쉽기도 하다. 개발자가 힘들다면 개발사 역시 분명 힘들텐데.

그렇다면 한국 IT 외주 개발 용역 환경이 열악한 근본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나는 '경쟁의 부재'라고 본다. 여기서 경쟁이란 개발사들간의 경쟁이 아니라 이른바 갑이라 불리우는 발주처가 처한 경쟁 환경을 의미한다.

한국 SI 외주 용역 시장의 대표적인 발주처는 크게 정부와 대기업 이렇게 두 부류이다. 정부야 어차피 한 나라에 하나 밖에 없는 것이고 대기업은 시장에서 사실상의 독과점 지위를 가진다. 게다가 대기업 발주 물량은 그룹사에서 가져가는 구조. 결국 정부와 대기업 입장에서는 보다 나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야 할 절박한 이유가 없다. 따라서 이들 입장에서 당장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성과는 소프트웨어의 품질이 아닌 가격.


정부와 대기업 외에 중소기업이나 개인의 발주도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규모 자체가 작을 뿐더러 세부 발주 조건 역시 대부분 형편없다. 이들은 정부나 대기업과 달리 극심한 경쟁 환경에 놓여있기는 하지만, 애초에 가진 돈은 많지 않고 소프트웨어 개발의 어려움은 잘 알지 못하면서 그저 의욕만 앞서는 경우가 많다.

시장 경제가 굴러가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다름 아닌 자유 경쟁. 시장은 시장 참여자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발전한다. 경쟁 없는 시장은 썩어가는 고인 물과 같다. 하지만 정부와 대기업 중심의 업계 환경 자체가 무조건 잘못되었다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정부가 몇 가지 정책과 법안을 새롭게 내놓는다고 해서 근본적인 환경이 변하지는 않는다. 차라리 기존의 노동법이나 근로기준법 등의 준수를 강화하는 편히 훨씬 바람직하다.

안타깝지만 결국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라는 시장 논리에 맞길 수 밖에 없는 문제인 것이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제 위치를 찾기 까지는 시장 참여자들의 보이지 않는 고통이 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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