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미지와 브랜드 로열티


브랜드는 또한 대중에게 통용되는 일종의 상징. 그 브랜드 하면 누구나 딱 떠올리는 그런. 목 뒤에 숨어있던 브랜드 로고는 언제부턴가 엉덩이나 가슴팍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브랜드는 이제 상품을 고르는 기준을 넘어 디자인의 일부이자 '나는 이런 사람이다' 하는 일종의 표식이 되었다.

소비자는 습관적으로 특정 브랜드를 고정적으로 선호하고 계속적으로 구입하는 경향을 브랜드 로열티 또는 상표 충성도라 한다. 브랜드 로열티가 형성되면 판매자는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얻게 된다. 따라서 기업은 이 브랜드 로열티에 큰 관심을 갖는다 브랜드 로열티를 높이기 위해서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 브랜드 이미지는 또 뭐냐. 품질보증과 환상의 조합이라고 해 두지. 품질(내구성,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의 믿음, 특정 브랜드를 쓰면 자신이 그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이룰 수 있다는 환상. 그리고 이 환상은 내가 특정 브랜드를 쓰는 계층에 들어있다는 소속감이 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이 소속감이 특히 중요하다.)


브랜드 이미지는 일단 품질보증수표. 적정한 가격과 품질을 지닌 브랜드를 발견하면 시장의 많은 물건의 내구성과 디자인을 따지고 가격을 비교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요즘엔 품질은 베이스에 깔고 환상에 더 집중하는 추세. 그래야 비싸게 팔 수 있으니까. 하지만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환상은 씨알도 안 먹힘.

이걸 좋게 말하면 상징 나쁘게 말하면 환상, 현시적 소비, 베블렌 효과. 현시적 소비나 베블렌 효과는같은 말이라고 보면 될 듯. 한 마디로 과시. 좀 적나라하게 돈지랄. 내가 어떤 물건을 사면 그 브랜드의 가격과 가치 만큼 내 가치가 올라간다는 지극히 자본주의적이며 물질만능주의적인 되도 않는 천박한 착각.


값비싼 애플 컴퓨터는 '나는 최신 기술에 밝을 뿐 아니라 미적 감각도 있는 사람' 임을 보여준다. (그런데 애플 컴퓨터에 윈도우만 깔려있다면 그냥 바보 인증..) 벤츠 같은 외제차는 말 그대로 부의 상징. (정말 돈이 많아 외제차를 탄다기 보다는 과시를 위해 외제차를 머리에 이고 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스타벅스 테이크 아웃 커피는 '감각있는 커리어 우먼'의 환상을 담았다. 커피 품질에 대한 믿음도 담겨있지만 그 보다는 된장의 환상이 더 큼. 지금의 스타벅스란 그저 귀 웅웅 울리는 곳에서 일회용 컵에 파는 설렁탕보다 비싼 브라질 쓴 물. 사무실 가면 공짜로 마실 수 있는 커피보다 정말 그렇게나 달라?

명품은 또 어떤가. 아니 사실 명품이란 말이 좀 웃기지. 정확히 말해서 Luxury Goods 그러니까 사치품. 핸드백 하나에 400만원. 세후 차부장급 월급. 가방이 무슨 로보트 변신이라도 하나? 근처 할인매장 가방은 4만원. 딱 100배. 감별사도 구별못할 완벽한 짝퉁도 20만원 안짝.

짝퉁엔 브랜드 관리비용과 디자인 비용이 포함되지 않아서 싼거라고? 그래도 명품이 값어치를 한다고? 그냥 물건은 1년 쓰고 명품은 10년 쓴다고? 글쎄. 정말 내구성에 10배 차이가 있는걸까? 아님 물건을 대하는 주인의 마음이 반영된걸까? 궁금하면 런던 도심에서 명품을 태운 남자 닐 부어맨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사치품 소비는 내가 나 자신에게 과감히 투자하는 귀족이라는 환상을 사는 것. 고고한 선비정신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적나라한 천박함. 물질 만능 주의에 빠진 과시. 사치품으로 멋 부리는 거 솔직히 누가 못해? 돈만 있음 다 하는거. 길거리표를 걸쳐도 자체발광해야 진짜 멋이지. 하긴 뭐 사치품 휘둘러도 멋 없는 사람도 있더라. 


사치품 하니까 백로효과가 떠오른다. 백로효란 남들이 쓰지 않는 비싸고 희소성 있는 물건을 쓰면, 자신이 여느 까마귀와 다른 한 마리 백로가 된다고 착각하는 것. 그래서 남들이 다 쓰면 난 더 이상 그걸 쓰지 않는다. 그래서 기업은 브랜드 이미지의 대중화와 희소성 사이에서 절묘하게 저울일 할 줄 해야 한다.

근데 한국에선 백로효과보다 오히려 평균효과가 더 큰 듯. 평균효과는 내가 그냥 붙인 말. 한국은 학교에서 군대까지 거치면서 평균에서 벗어나는 데 대한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벗어나면? 바로 왕따 된다. 남의 말 하는건 또 어찌나들 조아하는지. 그래서 한국에선 백로효과보다 소속감이 더 중요하다.

한국 사람은 유독 유행에 민감하다. 90년대 후반 거의 모든 대학생들은 이스트팩과 루카스 가방을 매고 폴로 티셔츠에 닥터마틴을 신었다. 경제는 어렵다는데 거리엔 루이비통 가방이 많이도 돌아다닌다. 근데 이상하게 디자인은 다 비슷비슷. 특별함 보다는 소속감을 소비한다는 것이 한 눈에 보인다.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또 다른 방법은 바로 브랜드와 상품에 이야기를 담는 것.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같은 사치품 브랜드는 모두 오랜 역사와 전통을 내세운다. 케릭터 상품도 케릭터에 담긴 이야기 때문에 팔린다. 특히 아이들은 캐릭터 상품을 물건을 넘어 친구로 여긴다.

물론 브랜드 소비를 꼭 나쁘게 볼 것은 아니다. 브랜드는 기업의 뛰어난 품질에 대한 집념과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노력으로 구축된다. 지가 자기 돈 쓴다는데 뭐라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 지구촌 구성원으로서 인류애를 가지고 있다면 4백만원짜리 핸드백과 일회용 컵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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